자기소개서 작성법

자기소개서 작성하는 법 7. _조직생활 갈등 극복/화합 (공개)

skid018 2019. 10. 24. 22:58

그날도 팀 회의는 이어졌다.

새로 개발한 제품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모였다.

제품은 수백가지 부품이 조합되잇는 어셈블 형태여서,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부품 개발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어야 햇다.

 

오동작 원인 규명이라는 회의 주제는, 일종의 마녀사냥 시간이다.

누구 부품이 잘못되어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목적이다.

관련자는 결국 자기 부품의 무결성을 강조하며 논쟁을 벌여야 한다.

회의 시작 분위기는 좋았지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담당 부품의 무결성 논쟁은 가속화 되었고 열띤 구성원 몇몇은 선을 넘기 시작했다.

 

우리팀에는회의가 시작될 때마다 나타나는 투견이 있엇다

투견은 자신의 생각대로 회의가 흘러가지 않을때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눈엣가시같은 반대 의견자들을 송곳니로 위협하고 타이른다.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위협가 회유가 여의치 않다고 생각되면 투견은 목소리높여 인신공격 하기에 이르른다.

오늘도 그는 결국 자신의 명석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까막눈 동료들의 목을 사납게 물어 제꼈다.

 

개에 물린 사람의 반응은 크게 세개로 나누어 진다.

한 부류는, 니까짓것의 이빨은 무섭지 않다는 자세로 같이 송곳니를 드러내는 부류이다.

다른 부류로는 다시는 그와 말을 섞지 않기 위해 입을 닫아 버리는 묵언 수행자이다.

마지막 부류로는, 개가 짖거나 말거나 목표 달성을 위해 냉정을 유지하며 브레인스토밍을 이어 가는 성인군자 집단도 있다.

모든 회의 참석자가 성인군자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격 당하면 화가 나고, 화가 나면 반격을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공격당해도 참는 것은 군대에서 지겨울 정도로 했고, 이곳은 더이상 군대가 아닌 이유도 있다.

투견 녀석이나 나나 같은 노비 입장이므로 내가 녀석에게 고개 숙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회의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 원인 분석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날 회의도 결론을 맺지 못하고 끝이 났다.

회의장에서 나오더라도 더러운 감정은 남아 있다.

경기가 끝나면 껴안고 격려하는 권투 선수의 스초츠 정신은 회사생활에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자다가 누워 생각하니 더욱 열받아 잠을 설치게 된다.

뒤척이며 설잠 자고 난 다음날이 되니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져 이제 그녀석과 인사도 나누지 않게 된다.

 

다음 날, 투견에 대한 뒷담화를 위해 동료 몇이 모인다.

뒷담화의 주제는 투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 모색이었다. 

최고의 대응은 처음부터 투견에게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석의 입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녀석의 입은 그녀석 머리에 붙어 있어 내 손으로 미리 틀어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평소 녀석을 그림자 취급하며 왕따시켜 주눅이 들게 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에게 주눅이 든 녀석은 회의에서 함부로 나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위인이었다.

결국 투견의 공격은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는 결론이 난다.

피할 수 없다면 녀석이 최소한 나의 목덜미를 물어 뜯지 못하도록 나의 덩치를 코끼리만큼 키우는 방법이 있다.

힘을 키우기로 뜻이 맞은 우리는 투견에 공동대응 하기 위해 혈맹을 맺고 도원결의를 한다.

팀내에 편을 같이하는 사조직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제 다음회의부터 가장 중요한것은 우리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신제품 문제 원인 발견보다 중요한 명제가 생긴것이다..

 

다음 회의 부터 혈맹원들은, 동지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지기 바쁘다.

이제 원인 분석과 사실 규명에 필요한 의견을 내는 것 보다는, 투견을 고립시키기 위해 우리편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 원인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보나마나이다.

이대로라면 납기일까지 원인 파악을 못해 사업이 침몰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같이 일을 하다 보면 동료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직 생활 중에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장 동료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 맡은 일이 있고, 일의 결과물들은 서로 영향을 준다.

내 임무 완수를 위해서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사용해야 하고, 내 노동력을 소진해야 한다.

사용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내 노동력을 소진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안그래도 피곤한데 상대방 때문에 내 노력과 시간이 배로 드는 때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데 자동차 안에 내 부품을 탑재할 공간이 정해져 있는데, 동료의 부품이 뒤늦게 침해 하는 경우, 녀석 때문에 내 부품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한번 더 설계 변경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사람 좋은 웃음을 내보이며 이번에는 내가 수고로움을 감수했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녀석을 보며 마음속에 쌓인 앙금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놀기 위해 만난 사이라면 섭섭한 일이 생긴다면 당분간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껄끄러운 관계의 녀석과 오늘도 함께 일해야 내 밥값을 해 낼 수 있는것이 회사이다.

어쩔 수 없이 녀석과 함께 하고는 있지만, 안좋은 마음을 억지로 숨기고 있으려니 짐짓 천수를 누릴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팀의 목표 달성 보다 껄끄러운 그녀석과의 관계를 피하는 것이 우선시 된다.

이런 현상이 여러 구성원에게서 발견 된다면 팀의 성과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구성원 간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셀수 없이 다양하고 많다.

일도 안하면서 정치만 잘해서 빨리 진급하는 동료에 대한 미움.

자기 할일을 나에게 미룬 얌체족에 대한 복수.

잘난 우등생에 대한 냉소.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믿음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의견 충돌 등등

 

수많은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어, 조직 관리 전문가들은 이제 갈등은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항목으로 분류한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평가자는 이제 지원자들이, 조직생활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평가하고 싶어진다. 평가자는 자소서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 중 조직 내에서 겪었던 갈등을 극복하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자 노력했던 경험에 대해 기술해 주십시오"

 

나는 사실 이사람 저사람 찾아다니며 화를 풀고 손에 손을 잡자고 외치는 사랑의 메신저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나는 나를 공격하는 사람에게 화가 나서 반격을 준비하는 보통 사람이다.

그렇지만 월급쟁이라도 해 먹으려면 우리는 평가자의 비유를 절대적으로 맞춰야 함을 알고 있다

사람이 충성서약 몇자로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닌것은 뻔히 알지만, 그래서 이따위 자소서 쓰는 일은 유치하기 그지 없는 일이지만, 그렇지만 취직을 위해서는 그까짓 소설 집필 한번 해주는 것은 용인해 주기로 하고 전시행정에 한번 동참해 주자.

 

이제 나는교황과 같이 넓은 아량과, 영국의 다이슨 같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랑의 메신저가 될 준비가 되었다.

 

먼저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선정해야 하는 주제는 업무 조직의 갈등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의 제안, 노력 등을 어필 할 수 있는 주제가 적당하다.

평가자가 좋아할 만한 주제로는, 예컨데, 대학 팀 과제 수행을 위해 역할 분담을 하던 중, 쉬운 역할을 선점하려는 참여자들 간에 다소 갈등이 있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원을 집에 초대하여 저녁을 함께하며 친목을 다지며 제비뽑기를 했다든지, 혹은 아르바이트 중 일 매출 결산 과정에서 계산 착오로 사장님과의 갈등이 잇었지만 밤을 세우면서 계산 오류를 찾아내어 갈등을 해소하고 이제는 교황 수준의 신뢰를 얻었다든지 등의 주제들이 어떨까 한다.

 

주제를 정했으면 이제 이야기를 써내려 나가야 한다. 내가 사용하는 이야기 흐름의 순서는 하기와 같다.

 

1. 서두 : 갈등이 일어나게 된 상황에 대해 기술하고

2. 본문 : 갈등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조직화합을 위해 노력했음을 구체적인 사례로 어필하며

3. 결론 : 결국 갈등을 극복하고 구성원들의 사이가 좋아졌음을 자랑한다. 목표 달성도 원활히 되었음을 이야기 한다.

4. 맺음말 : 입사 후 원활한 조직생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에발린 말을 뱉어준다.

 

이런 이야기의 흐름은 평가자가 듣고 싶어하는 모든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다음은 2019 한 정부출연연구소의 자소서 항목이고, 필자는 하기와 같이 답변하여 서류 전형에 합격 할 수 있었다.

 

질문 :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 중 조직 내에서 겪었던 갈등을 극복하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자 노력했던 경험에 대해 기술해 주십시오.(갈등의 이유와 극복 과정, 갈등 극복 후 달라진 점)

 

답변 : xx

 

 

갈등 극복을 위해 참신한 활동을 고안하고, 이를 통해 조직 갈등을 극복해 낼수 있었으며, 결국 주어진 팀 임무를 완수 할 수 있었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 흐름이지만 평가자는 이를 보고 캐스팅 사인을 냈다.

 

이처럼 소설 집필에 사용하는 일화는 특별할 필요도 참신할 필요도 없다.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흔한 경험들도, 필자가 제안한 프레임에 맞춰 조금만 편집한다면 특별한 경험으로 치장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