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면접보러 가는날

skid018 2019. 11. 25. 07:24

새벽 네시 이십분  알람 소리에 억지로 눈을 떳다.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 듣는 알람소리는 언제 들어도 끔찍하다. 우리집은 대전이고 오늘 서울에서 면접이 있다. 8시 10분 면접 집결에 응하기 위해서는 다섯시에는 고속 버스에 올라야한다.

긴장 때문인지 간밤에 잠을설쳣다. 꿈속에서 숙제를 하느라 시간에 쫓겼는데 눈을 떠 보니 실제로 피곤햇다. 무의식이 의식을 이길수 없다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은 아무래도 사실인것 같다. 꿈인 줄 알았다면 숙제따위는 집어 치울걸 후회 막심이다.

억지로 몸을 일으켰더니 숙취와도 같은 피로가 전신을 짓눌럿다. 내 나이이면 이제 실무 면접관의 자리에 앉아 있을 연배인데  이 나이에 나를 세일즈 하러 새벽 네시 이십분에 일어나야 하다니, 처량한 현실에 욕지기가 튀어나왓지만 별수없이 일어나야햇다. 몸이 무거워 세수라도 하지말까 잠시 고민하엿지만 면접관에게 잘보여야 한다는 사명감에 물을 틀어 눈꼽을 떼엇다. 얼굴에 온갖 크림을 찍어발라 주름을 감추고 카카오 택시를 호출햇다.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약간의 복통을 느꼇다  긴장과 수면부족 때문일것이다. 새벽 다섯시도 되지 않앗는데 좁은 대합실에는 십여명의 사람들이 앉아 잇엇다. 처량한 신세의 사람들이 나 말고도 여럿 있는 것을 보니 위로가 되었다. 역시 행군도 전우와 같이 하는 맛에 버티는 것이다.

 

정신이 좀 들자 나도모르게 양복입은 사람을 찯아봣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혹시나 있을지 모를 경쟁자를 찾는 것이다. 지난번 필기시험때 우연히 같이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햇던 경쟁자들은 눈에 띄지 않앗다. 필기에서 떨어져 나갔나 보다. 되도않는 우월감에 잠시 빠지려다가 이내 면접시간이 달라서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버스가 문을 열려면 아직 10분이나 남아 있었다. 문틈으로 스며 드는 11월 찬바람이 내복 바지 사이를 파고 들었다. 면접시간을 이리도 일찍 짜 놓은 인사담당자 녀석들이 야속했다. 아홉시 십분도 아니고 여덟시 십분 서울 집결이라니. 근무지가 대전인데 서울에서 면접을 보는 행태도 이해가 안 갔다. 인서울 인재들이 한명이라도 더 대전까지 근무하러 내려올 성 싶어서 이따위 짓을 하는것인가. 오냐 지방대생인 내가 기어코 합격하여 당신들의 계획을 무산시켜 주리라. 혹시 8시 10분까지 사람 불러놓고 9시부터 면접 시작하는것은 아닌가. 불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만약  한시간이나 대기를 시킨다면 녀석들을 똑바로 주시하며 입모양으로 욕이라도 반복 해주리라. 나는 버스에 올라 불편한 의자위에서 억지로 눈을 감았다.

 

면접 대기실에 도착하자 남녀 모두 머리에 한껏 뽕을 넣은 모습으로 준비해 온 자료들을 보고 있었다. 나도 구석에 앉아 준비한 자기소개를 조용히 되뇌어 보며 준비해 온 문구들이 그대로 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버벅대던 몇 개 문구를 다시 한번 매끄럽게 바로 잡아 놓을 수 있었다. 역시 내 머리는 명석하지 못하였다. 

첫질문인 자기 소개는 긴장감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내 염통의 크기를 감안해 봤을때 휴전선에서 흘러나오는 대남방송 처럼 기계적으로 튀어나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구이십칠 나무아미타불과 같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와야 한다. 기억력이 안좋은 나에게 역시 면접 전 최종 리허설은 필요했다.

 

약 10분간의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이제 핸드폰 셀카를 켜고 웃는 연습에 돌입했다. '면접-마인드 컨트롤' 편에서 애기한 바와 같이 면접 직전에 해야 할 일은 기억을 상기시키는 일이 아닌 바로 웃는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억지 웃음이 선사하는 마법같은 호르몬은 나의 두뇌를 평상시와 같이 명석하게 유지시켜 줄 것이다. 

 

면접이 끝낫다. 고속버스를 타러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면접순간을 상기 시키다가 내려야 하는 정차역을 지나칠뻔햇다. 이미 끝난 면접을 돌이켜 봤자 후회와 한탄과 아쉬움과 혼잣말만 남을 뿐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시위를 떠난 화살의 명중여부를 확인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다림이다. 

하지만 면접 순간을 상기시켜 보는 일은 가치가 있다. 오늘 면접을 상기해보며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면 다음 면접때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면접이 끝난지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음 면접을 준비 하다니, 무슨 재수 없는 발상인가. 성공하는 상상을 해야 좋은 일이 벌어진다는  "꿈꾸는 다락방"이지성 선생님 이야기를 나도 잊지는 않았다. 하지만 면접후에 합격이 확실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면접 문답은 시간이 지나면 빠르게 잊혀진다. 구직활동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소중한 내 면접 경험을 사장시키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면접에서 나눴던 대국을 복기하면 당시 받았던 압박과 멸시와 천대도 기억이 나 역시 더러운 기분으로 돌아간다. 가끔은 횡설수설하던 당시의 모습이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기도 한다. 오른손을 불끈 쥐며 아유!! 를 불쑥 외치는 장소가 지하철일때는 아주 창피하다. 마주 앉은 승객이 미친놈처럼 쳐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잘 못본 면접 순간을 다시 생각해 보는 일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이지만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잘못을 직시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악몽을 다시 상기해 보는 것보다 더 나쁜 악몽은 다음번에도 똑같은 이유로 또 불합격하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돌이켜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도 백번이고 곱 씹어 보며 내 부족함을 찾아내어 호되게 질책하는 것이 낫다.

기억을 되살리기에는 면접이 끝난 당일 만큼 좋은 날이 없다. 며칠만 지나도 면접 문답이 빠짐없이 생각나지 않을터였다. 나는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면접관과 나누었던 대화를 적어 나간다. 면접 직후에 복기를 시도하더라도 한번에 모든 질문을 다 상기 해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억해 내지 못했던 몇개 질문은 늦은 점심을 먹다가, 또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불현듯 생각나 결국 모든 문제를 복기해 둘 수 있다.

메모가 마무리 된 나는 이제 나는 다시 연기와 거짓과 술수가 난무하는 면접 대국장으로 본격적으로 돌아가 볼 준비가 되었다.

 

첫 번째 면접은 토론 면접 이었다. 주최측은 불안함에 벌벌 떨고 있는 5명을 한조로 묶어노코, 주제와 함께 25분의 준비 시간을 던져 주었다. 25분간의 리허설이 끝나면 다섯명이 면접장에 동반 입장하여 면접관들 앞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면 된다고 했다.

 

토론 주제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시사 주제였다. 최근 국제기구에서 우리 나라의 입장을 결정했던 정책방향에 관한 내용이었고, 이에 대해 자신의 찬반입장과 근거를 애기해 보라는 주제였다. 

주어진 주제는 지원직무 수행과 일도 연관성이 없는 주제였다. 지원 기관에서 담당한는 사업과도 전혀 무관했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도 아니었다.

 역시 이놈의 공공기관 인사정책 탁상 공론은 오늘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태만한 공공기관 인사과 녀석들은 채용 대행사가 제안하는 주제를 아무생각없이 승낙한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한탄만 하고 앉아 잇을 시간이 없었다.

도서관에 하루종일 앉아 ncs와 전공공부를 하며 스마트폰을 멀리 한 모범생들은 한마디로 조땐 상황이었다. 찬성과 반대의 근거를 찾기 위해 머리 속을 아무리 뒤져도 써먹을 지식이 저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평소 일도 관심 없던 분야의 주제였다. 평소 내 관심 사회 분야 기사는 새로나온 자동차나 미국 금리 인상 혹은 반도체, 조선 등 산업 이슈였기 때문이다. 주어진 주제는 지원사와 관련된 이슈도 아니었기 때문에 거미손 면접준비 수문장인 나에게도 걸리지 않은 주제였다.

 

어떻게든 해야 할 말을 찾아 내야 했다. 조원들을 보니 주어진 종이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나도 가만히 있기 뭐해서 지극히 당연하고도 식상한 수준의 일반적인 답문이라도 적어노코 다시 읽어 봤따. 이대로는 내 무식이 탄로날 가능성이 99프로 였다. 면접관의 경멸과 비아냥뭍은 눈초리가 보이는 듯 했다. 이대로는 안된다. 뭐라도 한장 카드를 가지고 링에 올라야 한다. 조커가 필요했다. 한껏 멋을 내 입은 내 정장과 어울릴 만한 지성인다운 답변을 생각해 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조원들에게 리허설 하기를 제안하였다. 그들의 생각을 들으며 방향을 잡아 보려는 훌륭한 속셈이 있었다. 그들도 서로의 생각이 궁금할 것이다. 우리들은 순서대로 서로의 생각을 털어 놓기로 하였다. 면접 순번 1번인 내가 첫 타자였다.

이제 서로의 카드를 내보일 차례다. 어느선까지 내 카드를 내보여야 할 것인가 순간 고민이 됬다. 누군가 나의 카드를 지 생각마냥 읊조리는 것은 아닐까. 조원들간의 눈치 싸움이 시작되었다.

 

 

"토론면접" 편으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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